No.08 · 마케팅

병원 마케팅, 업체에 맡기면 안 되는 이유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라 사업 그 자체다 — "매출이 안 나와서 마케팅 좀 해보려고요"라는 말이 왜 처음부터 틀렸는지에 대하여.

문석준 서울비디치과 대표원장 · Patient Funnel 창립자 10분

한 문단 요약

대부분의 원장이 쓰는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돈 내고 환자 유치하기'라는 뜻의 광고다. 그런데 진짜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라 사업을 잘하기 위한 모든 것 — 어떤 가치를,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결정 전부다. 이 결정은 외주가 불가능하다. 업체는 확성기를 팔 뿐, 무엇을 말할지는 원장만이 정할 수 있다. 그래서 마케팅을 모르는 원장의 광고비는 소음 제작비가 된다.

솔직하게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들으면 열이 받는 말이 몇 개 있습니다. "매출이 잘 안 나와서 마케팅 좀 시작해 보려고요." "나는 마케팅 많이 하는 치과는 싫더라." "저는 마케팅 안 하고 실력으로 승부하려고요." 오늘은 이 말들이 왜 전부 틀렸는지, 그리고 이 오해가 어떻게 원장님들의 지갑을 털어가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당신이 아는 마케팅은 마케팅이 아니다

먼저 단어부터 정리합시다. 대부분의 원장님이 쓰는 '마케팅'은 '광고'와 같은 말입니다. 그리고 그 광고의 뜻은 '돈을 내고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판매와 광고는 마케팅이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피터 드러커는 한술 더 뜹니다. "마케팅의 목적은 판매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교과서의 긴 정의를 제 방식으로 줄이면 이렇게 됩니다. 마케팅은 사업을 잘하기 위한 모든 것이다. 내가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도 마케팅입니다. 누구에게 제공할지도 마케팅입니다. 어떻게 포장하고, 어떻게 전달하고, 어떻게 유지할지도 전부 마케팅입니다. 사업이 안될 때 시작하는 게 마케팅이 아니라, 사업보다 먼저 시작되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그러니 "매출이 안 나와서 마케팅 좀 해보려고요"라는 문장이 얼마나 뒤집힌 말인지 보이실 겁니다. 홍보가 모자라서 안되는 병원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홍보 이전에 자기 사업에 대한 이해부터 없습니다. 우리 병원의 강점과 약점이 뭔지, 어떤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병원인지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홍보를 시작하면, 만들어지는 건 마케팅이 아니라 소음입니다.

업체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이제 본론입니다. 왜 마케팅을 업체에 통째로 맡기면 안 되는가.

업체가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좋은 업체도 많습니다. 문제는 역할의 경계입니다. 업체가 팔 수 있는 것은 확성기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좋은 화질로, 더 자주 노출시켜 주는 기술. 하지만 그 확성기에 대고 무엇을 말할지 — 우리 병원은 어떤 환자를 위한 병원인지, 무엇을 약속하는 병원인지 — 는 업체가 정해줄 수 없습니다. 그건 사업의 정의이고, 사업의 정의는 대표만이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원장은 이 결정까지 업체에 넘깁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냐면 —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병원 이름만 바꿔 끼운 듯한 광고가 됩니다. "최신 장비", "풍부한 경험", "환자 중심 진료". 아무도 반박할 수 없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말들. 원장님이 사업에 대한 고찰을 건너뛴 자리를, 업체는 어디에나 통하는(그래서 어디서도 안 통하는) 템플릿으로 채울 수밖에 없습니다.

업체는 확성기를 팔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할지는, 원장만이 정할 수 있다.

후킹과 실체의 갭이 병원을 갉아먹는다

업체 주도 마케팅의 더 심각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업체의 성과 지표는 대개 유입량입니다. 그래서 유입을 극대화하는 후킹 포인트를 만듭니다. 문제는 그 후킹을 보고 온 환자의 실제 경험이 후킹과 다를 때입니다.

제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 이겁니다. 마케팅 메시지와 경험의 갭이 큰 마케팅을 두 글자로 줄이면, 사기다. 갭이 큰 후킹으로 유입된 환자는 우리 퍼널과 결이 맞지 않는 환자입니다. 이 환자들은 상담에서 마찰을 일으키고, 치료 중에 컴플레인을 만들고, 낮은 평점의 리뷰를 남기고 떠납니다. 유입 숫자는 늘었는데 병원은 더 힘들어지는 기현상 — 겪어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더 많은 환자에게 손을 뻗은 결과가, 결이 맞는 적은 환자를 받을 때보다 못한 성과로 돌아오는 겁니다.

그래서 나를 알릴 때의 제1원칙은 화려함이 아니라 정직한 정확성입니다. 나의 본 모습을, 다만 환자의 언어로 보여주는 것. 쓰려는 문장의 주어를 '나'에서 '환자'로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갑니다.

업체와 일하기 전 원장 숙제

이 네 가지에 답하지 못한 채 계약하면, 광고비는 소음 제작비가 됩니다.

  • 우리 병원은 어떤 환자에게 최고의 선택인가 (전부라고 답하면 실격)
  • 그 환자가 우리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 그 이유는 환자가 실제 내원했을 때의 경험과 일치하는가
  • 이번 광고의 성공을 유입량이 아닌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원장의 착각

마지막으로, 마케팅이 싫다는 원장님들께. "저는 마케팅 안 하고 정직하게 진료만 하려고요.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군가는 알아주지 않을까요?"

죄송하지만 이 말 안에 이미 마케팅이 들어 있습니다. '누군가 알아주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결과물이거든요. 이 원장님은 입소문이라는 바이럴 마케팅을 이미 시도하고 있고, 심지어 그 효과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전달 수단을 오프라인 입소문 하나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확산은 느리고 효과는 약합니다. 병원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빠를 뿐입니다.

그리고 시대가 변했습니다. 과거에는 치과를 고르는 정보가 귀했으니, 적당히 열심히 하면 입소문이 쌓여 구환과 소개환자가 유지됐습니다. 지금은 내 지인의 무미건조한 입소문보다 화려한 후기 콘텐츠가 검색 한 번에 쏟아집니다. 내가 떠들지 않으면, 나에게 신경치료를 받은 환자도 임플란트는 검색해서 다른 병원으로 갑니다. 마케팅을 안 하면 새 환자만 안 오는 게 아니라, 있던 환자까지 빠져나가는 시대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멸균을 열심히 하는 것, 최고의 재료만 쓰는 것 — 이미 다들 각자의 마케팅을 하고 계십니다. 문제는 그걸 남몰래 한다는 겁니다. 좋은 것은 남이 알도록 알려야 합니다. 내 진료에 자신이 있다면, 그 진료가 더 많은 환자에게 닿게 하는 것이 세상에 이로운 일입니다.


정리합니다. 마케팅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나쁜 마케팅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마케팅은 외주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 대표원장의 본업입니다. 업체와 일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 업체에게 확성기를 맡기되, 무엇을 말할지는 반드시 원장님이 정하고 계약서에 앉으시라는 얘기입니다. 그 순서 하나가, 같은 광고비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병원 마케팅과 광고는 어떻게 다른가요?

마케팅은 나와 나의 진료, 나의 병원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행동입니다. 그중 나의 노력과 콘텐츠로 알리는 것이 브랜딩, 돈을 써서 알리는 것이 광고입니다. 내가 하면 브랜딩, 돈이 하면 광고, 알리는 모든 활동은 마케팅 — 이렇게 구분하면 실무에 바로 쓸 수 있습니다.

마케팅 업체에 맡기면 왜 효과가 없나요?

업체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순서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의 본질은 사업에 대한 이해 — 어떤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지에 대한 결정입니다. 이 고찰 없이 홍보만 외주하면 소음이 만들어집니다. 업체는 확성기를 줄 수 있지만, 무엇을 말할지는 원장만이 정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없이 실력만으로 승부할 수는 없나요?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원장은 이미 입소문이라는 바이럴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오프라인 입소문에만 의존하니 확산이 느릴 뿐입니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내가 떠들지 않으면 기존 환자와 소개환자마저 다른 병원으로 이동합니다. 마케팅을 안 하는 병원은 없습니다. 못하는 병원이 있을 뿐입니다.

광고비를 줄이면서 신환을 늘리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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