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1 · 마인드셋

'의사 모드'가 병원을 망친다

진료실의 완벽주의는 경영실의 독이다 — 완벽한 계획을 기다리는 원장과, 어설프게 세 번 고친 원장의 차이에 대하여.

문석준 서울비디치과 대표원장 · Patient Funnel 창립자 9분

한 문단 요약

진료에서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원장은 경영에서도 확실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경영은 정답이 미리 존재하지 않는 세계다. 완벽한 계획을 기다리는 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전부 경쟁자에게 넘겨주는 일이다. 원칙은 하나 — 일단 하고, 측정하고, 개선하라.

원장님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그거 저도 생각했었어요." 리콜 시스템도 생각했고, 상담 프로세스 정비도 생각했고, 소개 환자 관리도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왜 안 하셨을까요? 대답은 거의 똑같습니다. "아직 준비가 안 돼서요. 제대로 하려고요."

저는 이 문장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왜냐하면 저도 정확히 그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제대로 하려고요'라는 말이 병원을 몇 년씩 제자리에 묶어두는 걸 수없이 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실패하면 안 되는 훈련을 받았다

의사의 세계에서 실패는 곧 사고입니다. 환자의 손상, 회복 불가능한 결과. 그래서 우리는 확실하지 않으면 손대지 않도록 훈련받았습니다. 진단이 서기 전에 칼을 대는 의사는 없습니다. 이건 진료실에서는 절대적인 미덕입니다.

문제는 이 사고방식을 경영실까지 그대로 들고 온다는 겁니다. 저는 이걸 '의사 모드'라고 부릅니다.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모드. 완벽한 계획, 완벽한 매뉴얼, 완벽한 타이밍이 갖춰지면 그때 시작하겠다는 모드.

그런데 경영은 진료와 근본적으로 다른 게임입니다. 진료에는 교과서가 있고, 프로토콜이 있고, 정답이 있습니다. 경영에는 없습니다. 우리 병원의 입지에서, 우리 환자층에게, 우리 팀 구성으로 무엇이 통할지는 해보기 전까지 아무도 모릅니다. 교과서가 없는 세계에서 교과서가 나오길 기다리는 것 — 그게 의사 모드의 정체입니다.

가장 큰 실패는 잘못된 시도가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완벽주의는 신중함이 아니라 리스크다

완벽한 계획을 기다리는 원장님은 스스로를 신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계산해 봅시다. 옆 병원 원장이 어설픈 60점짜리 리콜 시스템을 일단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뒤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고칩니다. 70점이 됩니다. 또 고칩니다. 80점이 됩니다.

같은 기간, 완벽을 기다린 원장님의 리콜 시스템은 몇 점일까요? 0점입니다.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더 아픈 건 점수 차이가 아닙니다. 옆 병원 원장은 그 사이 우리 지역 환자들이 어떤 문자에 반응하고 어떤 시간대에 전화를 받는지를 배웠습니다. 그 데이터는 돈 주고도 못 삽니다. 완벽주의는 리스크를 피하는 게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통째로 경쟁자에게 헌납하는 가장 비싼 리스크입니다.

자가 진단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지금 의사 모드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제대로 하려고" 6개월 이상 미뤄둔 경영 과제가 있다
  • 새 시도를 하기 전에 다른 병원 사례를 3개 이상 찾아봐야 안심이 된다
  • 직원이 어설픈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실행보다 보완점부터 말한다
  • 작년에 시작한 새로운 시도를 세 개 이상 대지 못한다

일단 하고, 측정하고, 개선하라

제가 경영에서 붙들고 있는 원칙은 이 한 줄입니다. 일단 하고, 측정하고, 개선하라.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그로스 해킹이니 린(Lean)이니 하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본질은 단순합니다. 완벽한 한 번이 아니라, 어설픈 열 번이 이긴다는 것.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게 가운데 단어입니다. 측정. '일단 하라'까지만 들으면 무모한 돌격처럼 들리지만, 측정이 붙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도한 것의 결과를 숫자로 기록하지 않으면, 열 번을 시도해도 열 번 다 처음처럼 어설픕니다. 기록이 있어야 두 번째 시도가 첫 번째보다 나아집니다. 실행 없는 신중함이 병이라면, 측정 없는 실행은 낭비입니다.

그리고 시작은 작을수록 좋습니다. 병원 전체를 뒤집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 상담 마무리 멘트 한 줄 바꿔보기, 대기실 안내문 한 장 바꿔보기, 리콜 문자의 첫 문장 바꿔보기. 작게 시작하면 실패해도 작게 실패하고, 배움은 똑같이 얻습니다.

시도하는 리더 밑에 시도하는 직원이 자란다

마지막으로, 이게 원장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원장이 의사 모드로 경영하면 직원들도 정확히 그렇게 됩니다. 원장이 완벽한 보고서만 통과시키면, 직원은 아이디어를 꺼내기 전에 자기검열부터 합니다. 그렇게 병원은 '시키는 것만 완벽하게 하는 조직'이 됩니다. 그리고 원장은 말하죠. "우리 직원들은 왜 이렇게 수동적일까."

직원이 수동적인 게 아닙니다. 원장이 시도의 비용을 너무 비싸게 만들어 놓은 겁니다. 어설픈 시도가 환영받는 조직에서만 사람이 자랍니다. 그 문화의 첫 번째 증거는 언제나 원장 자신의 어설픈 시도입니다.


진료실에서는 계속 완벽하십시오. 그건 의사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진료실 문을 나서는 순간, 모드를 바꾸십시오. 경영실에서 원장에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다음 시도입니다. 이번 주에 하나, 아주 작은 것 하나만 일단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결과를 적어두세요. 그 메모 한 장이, 완벽한 계획서 백 장보다 병원을 멀리 데려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의사 모드란 무엇인가요?

진료실에서 요구되는 사고방식 — 실패가 용납되지 않으므로 확실해질 때까지 행동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진료에서는 미덕이지만, 경영에 그대로 가져오면 '완벽한 계획이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는' 마비 상태가 됩니다.

완벽주의가 병원 경영에 왜 해로운가요?

경영에는 정답이 미리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매뉴얼을 기다리는 동안 경쟁 병원은 어설픈 버전으로 시작해 시장의 피드백을 먼저 얻습니다. 완벽주의는 리스크 회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움의 기회를 전부 상대에게 넘겨주는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그럼 경영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일단 하고, 측정하고, 개선하라'가 원칙입니다. 60점짜리 버전으로 작게 시작하고, 결과를 숫자로 기록하고, 다음 버전에서 한 가지만 고치세요. 중요한 건 시도의 크기가 아니라 시도-측정-개선 사이클이 돌아가고 있느냐입니다.

시도-측정-개선을 병원의 시스템으로

환자 여정 10단계를 실행 가능한 단위로 쪼개는 법 — 페이션트 퍼널 무료 웨비나에서 공개합니다.

무료 웨비나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