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38 · 조직

병원 인센티브 제도

동의율에 인센티브를 걸면 동의율 말고 다른 것도 오른다 — 촛불 문제, 유령계좌 200만 개, 보상의 일곱 가지 부작용, 그리고 "하면 준다"를 "해냈으니 고맙다"로 바꾸는 법.

문석준 서울비디치과 대표원장 · Patient Funnel 창립자 9분

한 문단 요약

"동의율에 인센티브를 걸었더니 동의율은 올랐는데 뭔가 이상하다" — 환불과 중단도 같이 올랐고 총이익은 떨어졌을 것이다. 실장이 나빠서가 아니라 보상의 물리 법칙이다. 촛불 문제 실험에서 보상을 건 집단은 평균 3분 30초 더 느렸다 — 보상은 시야를 좁히고, 좁은 시야는 답이 정해진 단순 노동에는 약이지만 판단이 필요한 일에는 독이다. 상담은 판단하는 일이다. 어느 은행이 고객당 상품 8개를 목표로 걸자 유령계좌 200만 개가 만들어졌다 — 개인이 타락한 게 아니라 구조가 만든 결과다. 보상의 부작용은 일곱 가지(내재 동기 소멸·성과 저하·편법·중독·단기 사고…)이고, 그래도 써야 한다면 네 가지를 지켜라 — 기본급을 먼저 공정하게, "하면 준다"를 "해냈으니 고맙다"로, 단순 과제에만 걸고 판단 과제에는 걸지 않기, 그리고 예고된 칭찬은 같은 독이라는 것.

원장님 한 분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동의율에 인센티브를 걸었더니 동의율은 올랐어요. 그런데 뭔가 이상해요." 제가 되물었습니다. 환불과 치료 중단도 같이 오르지 않았습니까. 총이익은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실장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실장은 우리가 만든 구조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이것은 보상의 물리 법칙이고, 이 글은 그 법칙을 다룹니다.

촛불 문제 — 보상은 시야를 좁힌다

고전 실험이 있습니다. 초 하나, 압정 한 상자, 성냥을 주고 "촛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초를 벽에 붙여라"라고 합니다. 정답은 압정 상자를 비워 선반으로 쓰는 것 — '상자는 압정을 담는 것'이라는 고착을 깨야 풀립니다. 여기에 보상을 걸었습니다. "빨리 풀면 상금을 주겠다."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보상을 건 집단이 평균 3분 30초 더 느렸습니다.

보상은 시야를 좁힙니다. 집중시킨다고 해도 좋습니다. 좁은 시야는 눈앞의 단순 과제에는 유리하지만, 관점 전환이 필요한 과제에는 치명적입니다. 실제로 상자에서 압정을 미리 빼놓아 문제를 단순 조립 과제로 바꾸자, 이번에는 보상 집단이 이겼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면 준다"는 보상은 규칙이 명확한 단순 과제에만 작동하고, 탐색과 판단이 필요한 과제에서는 성과를 해칩니다. 그리고 상담이 바로 그 판단하는 일입니다. 환자의 망설임을 읽고, 질문의 순서를 바꾸고, 오늘 결정하지 않는 편이 나은 환자를 알아보는 일 — 시야가 좁아지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보상은 시야를 좁힌다. 단순 노동에는 약이고, 판단이 필요한 일에는 독이다.

유령계좌 200만 개 — 구조가 만든 결과

더 무서운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의 한 대형 은행이 직원들에게 고객당 상품 8개를 목표로 걸었습니다. 예금, 카드, 대출 — 하나라도 더 얹으면 보상이 붙는 구조였습니다. 결과는 고객 몰래 만들어진 유령계좌 200만 개였습니다. 수천 명의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타락한 것이 아닙니다. 목표와 보상이 강하게 묶이면 목표를 '달성'하는 게 아니라 '달성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가 만든 결과입니다.

우리 병원도 같습니다. 동의 금액 하나에만 보상을 걸면 밀어붙이는 상담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동의받기 쉬운 환자만 골라 받는 편법이 나타나고, 오늘 결정하지 않는 편이 나은 환자에게도 결정을 재촉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의율은 오르고 환불과 중단도 오릅니다. 보상의 부작용은 이것 말고도 여섯 가지가 더 있습니다. 좋아서 하던 일에 돈이 붙는 순간 일로 변하는 내재 동기의 소멸. 헌혈에 사례금을 걸자 헌혈이 줄어든 것처럼 선행이 거래로 격하되는 것 — 동료 돕기, 설명의 질, 환자의 기분처럼 세지 않는 것이 조용히 죽습니다. 이번 분기의 보너스가 다음 분기의 기본값이 되는 중독. 분기 실적에 묶여 5년짜리 투자를 못 하는 단기 사고. 그리고 앞서 본 성과 저하와 창의성 파괴. 측정되는 것에 시야가 좁아지는 것은 직원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보상의 물리 법칙입니다.

그래도 보상을 써야 한다면 — 네 가지 원칙

보상을 전부 없애라는 것이 아닙니다. 구조를 바꾸라는 것입니다. 첫째, 기본급이 공정하지 않으면 이 모든 논의는 무효입니다. 급여가 불만의 원천이면 직원의 관심사는 돈에 고정되고, 그 위에 무엇을 쌓아도 시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순서는 명확합니다 — 돈 문제를 테이블에서 치울 만큼 충분히, 공정하게 준 다음 돈 이외의 것으로 동기를 설계하는 것. 급여 체계 자체는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둘째, "하면 준다"를 "해냈으니 고맙다"로 바꾸십시오. 사전에 조건을 거는 보상은 통제 신호로 수신됩니다. 예상하지 못한 사후 인정은 존중으로 수신되고 내재 동기를 해치지 않습니다. 같은 돈인데 수신되는 의미가 다릅니다. 셋째, 단순 과제와 판단 과제를 구분하십시오. 차트 입력 마감, 재고 정리, 리콜 문자 발송률처럼 규칙이 명확한 반복 업무에는 조건부 보상이 여전히 작동합니다. 상담, 응대, 개선처럼 판단과 공감이 필요한 일에는 절대 걸지 마십시오. 넷째, 칭찬과 정보를 보상으로 쓰십시오. 구체적 행동에 대한 칭찬과 유용한 피드백은 부작용 없는 보상입니다. 단, 칭찬도 예고되는 순간 — "이번 달 친절왕 뽑는다" — 같은 독성이 생깁니다.

우리 병원 인센티브 점검

지금 운영 중인 보상 제도를 다음 다섯 항목에 비춰 보십시오.

  • 보상이 걸린 지표가 판단이 필요한 일(상담·응대)인가, 규칙이 명확한 일(마감·발송률)인가
  • 그 지표가 오를 때 같이 움직여야 할 숫자(환불·중단·재방문·소개)를 함께 보고 있는가
  • "하면 준다"로 예고되어 있는가, "해냈으니 고맙다"로 사후에 주어지는가
  • 이번 분기의 보너스가 이미 다음 분기의 기본값이 되어 있지 않은가
  • 보상 이전에 기본급이 돈 문제를 테이블에서 치울 만큼 공정한가

동의율이 아니라면 무엇에 거는가

그럼 상담에는 아무것도 걸지 말라는 뜻입니까. 개인의 동의 금액 하나에 조건부로 걸지 말라는 뜻입니다. 굳이 숫자를 본다면 동의 후 완료율, 재방문, 소개처럼 밀어붙이는 상담으로는 오르지 않는 숫자를 함께 보십시오. 그리고 개인이 아니라 팀 단위로, 사전 조건이 아니라 사후 인정으로 주십시오. 무엇보다 총이익을 보십시오. 동의율은 올랐는데 총이익이 떨어졌다면 그 보상은 병원의 돈으로 병원의 미래를 사는 구조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보상 없이도 움직이는 직원과 보상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직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상태입니다. 감시받고 지시받고 조건부로 보상받는 환경에 오래 있으면, 스스로 움직이던 사람도 시켜야 움직이는 사람이 됩니다. 조건부 보상을 하나 걷어낼 때마다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이 자랄 공간이 한 뼘 생깁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동의율 인센티브가 이상한 결과를 낳은 것은 실장의 문제가 아니라 보상의 물리 법칙이었습니다. 이번 주에 하나만 하십시오 — 지금 보상이 걸려 있는 지표 옆에 그 지표가 오를 때 같이 봐야 할 숫자 하나(환불·중단·재방문 중 하나)를 나란히 놓고, 최근 6개월치를 같이 보는 것. 둘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면, 보상을 늘릴 때가 아니라 구조를 바꿀 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상담실장 인센티브를 동의율에 거는 게 왜 문제인가요?

보상은 시야를 좁히기 때문입니다. 촛불 문제 실험에서 보상을 건 집단은 관점 전환이 필요한 과제에서 평균 3분 30초 더 느렸습니다. "하면 준다"는 보상은 규칙이 명확한 단순 과제에만 작동하고, 판단이 필요한 일에서는 성과를 해칩니다. 상담은 환자의 망설임을 읽고 오늘 결정하지 않는 편이 나은 환자를 알아보는 판단의 일입니다. 동의 금액 하나에 보상을 걸면 밀어붙이는 상담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그래서 동의율과 함께 환불·중단도 오르고 총이익은 떨어집니다.

그러면 인센티브를 아예 없애야 하나요?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네 가지 원칙입니다. 기본급을 돈 문제가 테이블에서 사라질 만큼 공정하게 먼저 맞추고, "하면 준다"는 사전 조건 대신 "해냈으니 고맙다"는 사후 인정으로 바꾸고, 차트 마감이나 발송률처럼 규칙이 명확한 단순 과제에만 걸고 상담·응대·개선처럼 판단이 필요한 일에는 걸지 않으며, 구체적 행동에 대한 칭찬과 유용한 피드백을 보상으로 씁니다. 단, 칭찬도 "이번 달 친절왕"처럼 예고되는 순간 같은 독성이 생깁니다.

보상을 걸지 않으면 직원이 움직이지 않는데요?

보상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상태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감시받고 지시받고 조건부로 보상받는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스스로 움직이던 사람도 시켜야 움직이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그러니 지금 시키는 것만 하는 직원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버린 사람일 수 있고, 그 환경을 만든 것은 병원의 제도입니다. 조건부 보상을 하나 걷어낼 때마다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이 자랄 공간이 생깁니다.

직원이 안 따라오는 진짜 이유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채용·보상·자율성 — 병원 조직을 구조로 설계하는 법을 페이션트 퍼널 무료 웨비나에서 공개합니다.

무료 웨비나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