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47 · 경영 전략

병원 경영 우선순위

다 중요하다는 말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 500년간 단수였던 우선순위, 잘나가던 병원을 멈추게 하는 성공의 역설, 90% 규칙과 제로베이스 질문, 그리고 병원의 본질 의도 한 문장.

문석준 서울비디치과 대표원장 · Patient Funnel 창립자 9분

한 문단 요약

"올해는 다 잡아야 한다"고 말한 병원은 석 달 뒤 모든 방향으로 1mm씩 전진해 있다. '우선순위'라는 단어는 500년간 단수로만 쓰였다 — 최우선이 열 개라는 말은 최우선이 없다는 말이다. 잘나가던 병원이 4년 차에 멈추는 이유는 노력 부족이 아니라 성공의 역설이다. 성공하면 요청과 기회가 폭증하고, 그것을 다 받다 보면 성공을 만든 소수의 활동을 못 하게 된다. 처방은 세 단계다. 가려내기 — 기준 하나로 0~100점을 매겨 90점 미만은 0점으로 취급하고, 이미 하고 있는 것에는 "지금 처음 제안받는다면 시작하겠는가"를 묻는다. 잘라내기 — 거절은 관계를 해치지 않고 애매한 예스가 관계를 해친다. 새 요청에는 "그걸 하면 무엇을 안 하게 되는가"를 함께 묻는다. 시스템화 — 영감과 구체성을 겸한 본질 의도 한 문장을 정하면 장비·채용·채널에 관한 수백 개의 결정이 그 문장의 심사를 받게 되고, 예약표에는 50%의 버퍼를 둔다.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직원·환자·업체·시장이 대신 정한다.

연초 월례회의 장면입니다. 원장이 화이트보드 앞에 섭니다. "올해는 임플란트도 더 하고, 교정도 키우고, 소아도 받고, 리뷰도 늘리고, 유튜브도 시작합시다."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 맞는 말이니까요. 석 달 뒤 이 병원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제가 본 바로는 예외가 없습니다 — 모든 방향으로 1mm씩 전진해 있습니다. 유튜브는 영상 세 개에서 멈췄고, 교정은 문의만 늘었고, 리뷰는 담당자가 바뀌면서 끊겼습니다. 열심히 안 한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했는데 열두 방향이었을 뿐입니다.

이 책의 저자가 소개하는 단어 하나가 이 회의의 문제를 정확히 짚습니다. '우선순위(priority)'라는 단어는 500년 동안 단수로만 쓰였습니다. '가장 먼저인 단 하나'라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들어 사람들은 이 단어에 복수형을 만들어 붙였고, 단어를 복수로 만들면 현실도 복수가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최우선이 열 개라는 말은 최우선이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다 중요하다는 말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성공의 역설 — 잘나가던 병원이 4년 차에 멈추는 이유

저자의 문제의식은 역설에서 출발합니다. 성공은 왜 실패의 촉매가 되는가. 성공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기회와 요청이 몰려들고, 그것을 다 받아들이다 보면 에너지가 수십 갈래로 분산되어, 정작 성공을 만들어낸 소수의 활동을 못 하게 됩니다. 명료한 목표 → 성공 → 선택지 폭증 → 에너지 분산 → 본질 상실. 이 다섯 단계를 개원 연차에 대입해 보십시오. 1~2년 차에 한 가지를 파서 자리를 잡습니다. 3년 차부터 요청이 쏟아집니다 — 장비 데모, 학회 발표, 유튜브 제안, 강의 요청, 부가 진료과목, 지점 제안. 전부 그럴듯합니다. 4년 차에 병원이 정체됩니다. 원장은 "요즘 왜 이러지"라고 묻지만, 답은 노력 부족이 아니라 성공의 역설입니다.

저자가 그리는 그림이 있습니다. 하나의 원에서 에너지가 열두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그림과, 같은 에너지가 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그림. 총 에너지는 같습니다. 다른 것은 분산이냐 집중이냐뿐입니다. 환자의 기억 속에서 열두 방향 병원은 아무것도 아닌 병원이고, 한 방향 병원은 '그것 하면 거기'인 병원입니다. 지난 병원 경영 전략 글에서 나쁜 전략의 첫 징후로 '목표의 나열'을 이야기했는데, 그 나열이 회의실에서 만들어지는 순간이 바로 위의 연초 회의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회복은 언어입니다. 저자는 "해야 한다"를 "하기로 선택한다"로 바꾸라고 합니다. "원장이니까 어쩔 수 없이 다 해야 한다"는 문장은 선택권을 빼앗긴 경험이 반복되면 선택권이 돌아와도 행사하지 않게 되는 학습된 무기력의 개원가 버전입니다. "토요일 진료를 해야 한다"를 "토요일 진료를 하기로 선택한다"로 바꿔 말하는 순간, "정말 그런가, 다른 선택지는 없나"라는 질문이 열립니다.

당신이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정한다.

90% 규칙 — 아까운 70점이 원장 캘린더의 최대 도둑이다

가려내기의 핵심 도구는 90% 규칙입니다. 어떤 선택지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하나를 정하고 0~100점을 매깁니다. 그리고 90점 미만이면 0점으로 취급하고 버립니다. 함정은 "70점쯤 되는데, 아까운데"입니다. 70점짜리에 예스라고 답하는 순간, 미래에 올 95점짜리에 쓸 시간과 에너지가 사라집니다. 저자의 표현으로는 "확실한 예스가 아니면 노"입니다. 이번 달 원장이 참석하기로 한 외부 일정 — 미팅, 학회, 모임, 업체 제안 — 을 전부 적고 이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보십시오. 아까운 70점이 원장 캘린더의 최대 도둑입니다.

이미 하고 있는 것에는 다른 질문이 필요합니다. 옷장을 정리할 때 "언젠가 입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물으면 아무것도 못 버립니다.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이 옷을 지금 매장에서 본다면 돈 주고 사겠는가?" 병원 버전은 이렇습니다. "이 장비, 이 마케팅 채널, 이 부가 진료과목을 지금 처음 제안받는다면 시작하겠는가?" 이미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지되는 것들 — 아무도 안 보는 블로그 대행, 3년째 문의가 없는 진료과목, 습관이 된 정기 회의 — 이 이 질문 앞에서 우수수 떨어집니다. 매몰비용은 심사위원이 될 수 없습니다.

가려내려면 공간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어느 경영자가 매년 일주일을 통째로 비워 읽고 생각만 하는 '생각 주간'을 예로 들며, 그 시간을 일정에 박아 넣으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진료실과 상담실을 오가는 원장에게 '무엇이 본질인가'를 가려낼 시간이 0이라면 병원은 관성으로만 굴러갑니다. 일주일이 어렵다면 반나절부터 — 그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는지는 원장 시간 관리 글에 있습니다. 그리고 수면입니다. 저자는 수면을 '자산 보호'라고 부릅니다. 원장이라는 자산의 판단력을 지키는 가장 싼 투자가 7시간 수면입니다.

거절은 관계를 해치지 않는다, 애매한 예스가 해친다

가려냈다면 잘라내야 하고, 잘라내기는 결국 거절입니다. 원장들이 거절을 못 하는 이유는 관계가 깨질까 봐서입니다. 저자의 답은 정반대입니다. 거절은 관계를 해치지 않습니다. 애매한 예스가 관계를 해칩니다. 하기 싫으면서 예스라고 답하고, 미루고, 대충 하고, 결국 신뢰를 잃는 경로가 최악입니다. 명확한 노는 순간의 어색함을 낳지만, 애매한 예스는 장기적 원망을 낳습니다. 호감을 조금 잃고 존경을 얻는 교환입니다.

실전 레퍼토리도 있습니다. 즉답하지 않고 어색한 침묵을 견디기. "확인해 보고 말씀드릴게요"로 시간 벌기. 대안과 함께 거절하기. 그리고 원장에게 가장 유용한 것 — 트레이드오프를 보이게 만들기입니다. "제가 그걸 맡으면 ○○를 못 하게 되는데, 어느 쪽이 우선인가요?" 이 문장을 원장만 쓰지 말고 병원 전체의 공용 언어로 만드십시오. 실장이 "원장님, 이번 달에 리뷰 이벤트도 하고 인스타도 시작하면 어떨까요?"라고 가져올 때 "좋네요"가 아니라 "그걸 하면 이번 달에 무엇을 안 하게 되나요?"라고 되묻는 것. 이 질문이 도는 병원은 직원들도 트레이드오프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주 실행 — 기준 세우기, 그다음 잘라내기

기준 없이 자르면 후회하고, 자르지 않으면 기준은 장식이 됩니다. 반드시 앞의 둘을 먼저 하십시오.

  • 월 — 지난 2주간 원장이 한 비진료 활동을 전부 나열하고 "병원의 본질에 기여했는가"를 점수로 매긴다
  • 화 — 영감과 구체성을 겸한 본질 의도 한 문장의 초안을 쓰고 실장과 30분 토론으로 다듬는다
  • 수 — 다음 달 외부 일정에 90% 규칙을 적용해 90점 미만 2건을 취소하거나 위임하고, 그 시간에 '생각 반나절' 1회를 예약한다
  • 목 — 운영 중인 마케팅 채널·구독·정기 회의에 "지금 처음 제안받는다면 시작하겠는가"를 묻고 노 하나를 실제로 종료한다
  • 금 — 미뤄둔 애매한 요청 하나에 "지금 ○○에 집중하고 있어서"라는 트레이드오프 문장으로 명확한 노를 보낸다

본질 의도 한 문장 — 그리고 50%의 버퍼

저자는 팀의 목적이 애매할 때 두 가지 병리가 나타난다고 관찰합니다. 하나는 정치 — 무엇이 중요한지 불명확하면 사람들은 원장의 기분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다른 하나는 각자도생 — 실장은 실장대로, 진료팀은 진료팀대로 좋아 보이는 일을 하다가 병원 전체가 열두 방향 그림이 됩니다. 해법은 '본질 의도'입니다. 영감을 주면서도 구체적인 단 하나의 문장. "우리는 좋은 병원이 된다"는 영감은 있지만 구체성이 없고, "이번 분기 매출 10% 성장"은 구체적이지만 영감이 없습니다. 본질 의도는 둘을 겸합니다 — 예를 들어 "임플란트 재수술 환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병원"이나 "3년 안에 신환의 절반이 소개로 오는 병원". 이 한 문장이 정해지면 수백 개의 후속 결정이 자동으로 정리됩니다. 어떤 장비를 살지, 어떤 교육을 할지, 어떤 요청을 거절할지가 이 문장의 심사를 받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은 남은 본질이 저절로 굴러가게 하는 설계입니다. 저자는 모든 계획에 50%의 여유를 두라고 합니다 — 예상 소요 시간에 1.5배를 곱하고, 일정 사이에 완충을 넣는 것. 예약표에 버퍼 없이 체어를 꽉 채우면 응급 환자 한 명에 하루 전체가 무너지고, 모든 환자가 기다리고, 모든 직원이 뛰게 됩니다. 오전·오후 각 한 타임을 비워 둔 병원이 체어를 빈틈없이 채워 가동률을 자랑하는 병원보다 환자 경험과 직원 소진 모두에서 낫습니다. 그리고 성과를 올리는 방법에는 더하기와 빼기가 있습니다. 상담 동의율을 올리고 싶다면 상담 멘트를 열 개 추가하는 것보다, 환자가 30분씩 대기하다 지쳐서 상담실에 들어오는 병목 하나를 없애는 것이 큽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다 잡겠다는 병원은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그 원인은 노력 부족이 아니라 성공 이후에 쏟아진 기회를 다 받은 데 있습니다. 처방은 가려내고, 잘라내고, 남은 것이 저절로 되게 만드는 것 — 그리고 옷장이 다시 차오르듯 요청도 다시 차오르니 이 루프를 분기마다 돌리는 것입니다. 이번 주에 하나만 하십시오. 본질 의도 한 문장의 초안을 쓰는 것. 완성이 아니라 초안이면 됩니다. 그 문장이 생기는 순간, 다음 회의에서 "다 합시다"라는 말이 얼마나 이상하게 들리는지 실감하실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개원 초기에는 뭐든 다 해야 환자가 오지 않나요?

이 책의 저자도 탐색 단계에서는 넓게 살피라고 말합니다. 에센셜리즘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가려낸 뒤에는 좁히라는 것입니다. 개원 1년 차의 넓은 실험은 탐색이고, 4년 차에도 모든 것을 붙들고 있는 것은 결정 회피입니다.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단계의 문제입니다. 실험한 것들에 기준 하나로 점수를 매겨 90점 미만을 정리하고, 남은 한두 가지에 에너지를 모으는 시점이 반드시 와야 합니다. 그 시점을 놓친 병원이 성공의 역설에 걸려 정체됩니다.

진료과목이나 채널을 줄이면 매출이 줄지 않을까요?

단기적으로 일부 접수는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선택은 기억에서 나옵니다. 모든 것을 하는 병원은 아무것으로도 기억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좁힌 병원은 '그것 하면 거기'로 기억됩니다. 같은 에너지를 열두 방향으로 나누면 각 방향으로 1mm씩 가고, 한 방향으로 모으면 멀리 갑니다. 판단이 어려울 때는 제로베이스 질문을 쓰십시오. 이 진료과목이나 채널을 지금 처음 제안받는다면 시작하겠는가. 아니라면 그만두는 것은 손실이 아니라 회수입니다. 매몰비용은 심사위원이 될 수 없습니다.

업체나 지인의 제안을 거절하면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까요?

관계를 깨는 것은 거절이 아니라 애매함입니다. 하기 싫으면서 예스라고 하고, 미루고, 대충 하다가 신뢰를 잃는 경로가 최악입니다. 존중을 담은 명확한 노는 순간의 어색함을 낳지만 기준이 있는 사람이라는 존경을 만듭니다. 방법은 즉답하지 않고 확인 후 회신하겠다고 시간을 벌기, 대안과 함께 거절하기, 그리고 트레이드오프를 보이게 하기입니다. 지금 병원이 무엇에 집중하고 있어서 이번에는 어렵다고 말하면, 상대는 거절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들은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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