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단 요약
한 명의 퇴사는 사건일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퇴사는 시스템의 출력값이다. 배울 사람 없이 방치되는 첫 90일, 급해서 감으로 뽑는 채용, 실수를 숨기게 만드는 분위기, 잘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가의 부재 — 이 네 개의 부품이 조립되면, 어떤 성실한 직원을 넣어도 출력은 퇴사다. 그리고 이 시스템의 설계자는 언제나 원장이다.
"원장님,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이 문장이 주는 심장 떨어지는 느낌, 대표원장이라면 다 아실 겁니다. 또 나갑니다. 이번에는 그래도 오래 버텨준 친구인데. 그리고 며칠 뒤 원장실에서, 혹은 원장 모임에서 이런 결론이 내려집니다.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저는 이 결론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압니다. 편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애들' 탓이면 원장이 고칠 게 없습니다. 시대 탓이고 세대 탓이니, 나는 운이 없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같은 시대, 같은 세대를 뽑는데 어떤 병원은 직원이 5년, 10년을 다니고 어떤 병원은 1년을 못 넘깁니다. 변수가 세대라면 이 차이는 설명이 안 됩니다. 변수는 병원입니다.
퇴사는 마지막 페이지일 뿐이다
퇴사 면담에서 직원이 말하는 이유 — 집이 멀어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몸이 안 좋아서 — 를 그대로 믿는 원장님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책은 훨씬 전부터 쓰이고 있었습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반복 퇴사 병원에는 공통된 네 개의 부품이 있습니다.
부품 1 — 방치된 첫 90일. 새 직원이 출근합니다. 다들 바쁩니다. "일단 옆에서 보면서 배워요." 끝입니다. 누가 사수인지, 첫 주에 뭘 익혀야 하는지, 한 달 뒤에 어떤 상태여야 하는지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신입은 눈치로 일을 배우고, 눈치로 배운 일은 구멍이 나고, 구멍이 나면 혼이 납니다. 조직 심리학이 반복해서 확인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 새 직원의 성패는 첫 90일이 결정합니다. 그 90일을 방치하는 병원에서 퇴사는 예약된 겁니다.
부품 2 — 감으로 하는 채용. 전임자가 갑자기 나가서 급합니다. 이력서 몇 장 보고, 30분 면접에서 인상 좋은 사람을 뽑습니다. 뽑고 나서 기도합니다. 채용을 과학이 아니라 감으로 하면,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 확률적으로 계속 들어옵니다. 그리고 맞지 않는 사람의 퇴사는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급할수록 기준이 필요합니다. 우리 병원에 필요한 태도가 무엇인지, 어떤 질문으로 그것을 확인할지 — 스킬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는 채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품 3 — 실수를 숨기게 만드는 공기. 실수가 보고되면 원인보다 사람을 먼저 찾는 병원이 있습니다. "누가 그랬어?" 이 질문이 반복되면 직원들은 학습합니다 — 실수는 고치는 게 아니라 숨기는 것이라고. 문제는 숨겨진 실수가 환자에게서 터진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이런 공기 속에서 일하는 스트레스가 급여로 보상이 안 된다는 겁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직장은, 연봉이 웬만큼 높지 않고서는 견딜 이유가 없는 직장입니다.
부품 4 — 잘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열심히 한 직원과 대충 한 직원의 연말이 똑같습니다. 평가가 없거나, 있어도 결과와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 구조에서 성실한 직원이 내리는 합리적 결론은 둘 중 하나입니다. 대충 하거나, 떠나거나. 그리고 뼈아프게도, 떠나는 쪽을 택하는 건 늘 잘하는 직원입니다. 잘하는 사람일수록 갈 곳이 많으니까요. 반복 퇴사 병원에서 남는 사람의 평균 역량이 점점 내려가는 이유입니다.
직원이 수동적인 게 아니다. 원장이 시도의 비용을 비싸게, 성장의 보상을 싸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월급 올려주면 되나요?"
이 대목에서 나오는 단골 질문입니다. 답부터 드리면 — 급여는 불만 요인은 되지만 만족 요인은 되지 못합니다. 시장보다 낮으면 반드시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시장 수준을 맞춘 다음부터는, 돈을 더 얹는다고 애사심이 생기지 않습니다.
직원을 붙잡는 건 두 가지 감각입니다. "여기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과, "나를 공정하게 봐주고 있다"는 신뢰. 급여 인상을 고민하기 전에 이 질문에 먼저 답해보십시오. 그 직원이 지난 6개월 동안 우리 병원에서 새로 배운 게 무엇입니까? 원장님이 그 직원의 잘한 일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게 언제입니까? 두 질문 모두 답이 궁하다면, 문제는 돈이 아닙니다.
이전 글(주인의식이라는 달콤한 거짓말)에서 직원은 주인이 될 수 없고, 팬이 될 수는 있다고 썼습니다. 팬을 만드는 건 감동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구조입니다. 성장이 설계되어 있고, 공정이 작동하는 구조. 그 구조 안에서 직원은 병원의 이야기를 밖에서 하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게 팬입니다.
반복 퇴사 시스템 자가 진단
두 개 이상 해당되면, 다음 퇴사는 이미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큽니다.
- 새 직원의 첫 주 교육 계획이 문서로 존재하지 않는다
- 최근 채용에서 면접 질문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
- 실수가 보고되면 시스템보다 사람을 먼저 찾는다
- 최근 3개월간 직원의 잘한 일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기억이 없다
- 퇴사자가 나가며 말한 이유를 그대로 믿고 넘어갔다
퇴사 데이터가 병원의 거울이다
제가 실패는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다에서 실수 노트 이야기를 했는데, 퇴사야말로 노트가 필요한 데이터입니다. 나간 직원마다 기록하십시오. 입사 후 몇 개월 차에 나갔는지, 어느 파트였는지, 사수는 있었는지, 마지막 면담에서 무엇을 말했는지. 서너 명만 쌓여도 패턴이 보입니다. 유독 특정 개월 차에 나간다면 그 시기의 구조를, 특정 파트에서 나간다면 그 파트의 리더십을 봐야 합니다.
퇴사 면담도 바꿔보십시오. "왜 그만두냐"는 질문에는 예의 바른 거짓말이 돌아옵니다. 대신 이렇게 물으세요. "우리 병원에 후배가 입사한다면, 뭘 미리 알려주고 싶어요?" 나가는 사람은 잃을 게 없어서, 이 질문에는 놀랍도록 정직한 답이 나옵니다. 그 답이 원장님이 돈 주고도 못 사는 컨설팅입니다.
직원 퇴사가 아플 때마다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시스템은 언제나, 정확히 그 시스템이 설계된 만큼의 결과를 냅니다. 반복되는 퇴사가 있다면 그건 우리 병원 시스템이 퇴사를 출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좋은 소식은 — 설계자가 원장님이니, 재설계도 원장님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주에 하나만 시작하세요. 다음 입사자의 '첫 90일 문서' 한 장. 그 한 장이 "요즘 애들" 백 명보다 병원을 오래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