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단 요약
한 행동경제학자의 결론은 한 문장이다. 사람은 비합리적이지만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다. 그래서 화나는 행동은 설계할 일이 된다. 첫째, 사람은 두 개의 세계에서 산다 — 호의와 관계의 사회 규범, 가격과 거래의 시장 규범. 지각하는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자 지각이 오히려 늘었다. 미안함이 지각의 가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병원의 언어가 실적과 건수로 말하는 순간 환자와 직원과의 관계도 바뀐다. 둘째, 마감을 스스로 정하게 둔 반보다 일정하게 정해 준 반의 성적이 좋았다. "필요하실 때 오세요"는 가장 실패하는 설계다 — 환자분이 다음 날짜를 직접 고르게 하라. 셋째, 사람은 사라지는 선택지를 붙잡느라 이득을 포기한다. "다른 데도 알아보고요"의 상당수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닫히는 문이 아까운 마음이다. 넷째, 사람은 크게 속이지 않고 조금씩 흐트러진다. 처방은 감시가 아니라 정직을 돕는 구조, 그리고 원장의 회색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선택지가 하나뿐이면 환자분의 비교 대상은 하지 않는 것이 된다.
"필요하실 때 오시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아무도 안 오세요." "다른 데도 알아보겠다던 분이 석 달째 결정을 못 하고 계세요." 원장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하소연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한 행동경제학자의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기발한 실험들로 한 가지를 증명했습니다. 사람은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다.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설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화낼 일이 설계할 일로 바뀝니다. 그리고 이 책의 실험들은 환자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원장도, 직원도 똑같이 그렇게 움직입니다. 병원의 상담실과 데스크와 회의실에서 매일 재연되는 네 가지 장면을 골랐습니다.
두 개의 세계 — 돈이 언급되는 순간 관계가 바뀐다
저자의 가장 중요한 통찰은 사람이 두 개의 세계에서 산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사회 규범의 세계입니다. 호의, 관계, 부탁. 이웃의 이사를 도와주는 세계입니다. 다른 하나는 시장 규범의 세계입니다. 가격, 거래, 등가 교환. 시급을 받는 세계입니다. 두 세계는 잘 섞이지 않고, 돈이 언급되는 순간 사회 규범은 시장 규범으로 바뀌며 쉽게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변호사들에게 낮은 수임료로 어르신들을 도와 달라고 하자 거절했지만, 무료 봉사를 부탁하자 수락했습니다. 지각하는 부모에게 벌금을 물린 어린이집에서는 지각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벌금이 미안함을 지각의 가격으로 바꿔 버린 것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벌금을 없앤 뒤에도 지각이 줄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병원은 이 두 규범이 가장 예민하게 부딪히는 곳입니다. 진료비는 시장 규범이지만 돌봄의 관계는 사회 규범입니다. 환자분은 나를 돌봐 주는 곳을 원하는데, 병원의 말이 패키지, 실적, 건수로 들리는 순간 관계의 성격이 바뀝니다. 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헌신을 돈으로만 보상하려는 조직은 딱 돈만큼만 일하는 조직이 됩니다. 보상이 틀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순서의 문제입니다. 인정과 감사와 의미라는 토양을 먼저 깔고 그 위에 보상을 얹어야 합니다. 반대가 되면 토양이 죽습니다. 보상 설계의 함정은 동의율에 인센티브를 걸면 다른 것도 오른다는 글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사람은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다.
자유보다 마감 — 필요하실 때 오세요를 지워라
저자가 자기 수업에서 한 실험이 있습니다. 과제 마감을 세 반에 다르게 줬습니다. 첫 번째 반은 학기 말까지 언제 내도 되는 완전한 자유, 두 번째 반은 학생이 직접 정하되 정하면 지켜야 하는 마감, 세 번째 반은 교수가 일정하게 정해 준 마감. 성적은 세 번째 반이 가장 좋았고, 두 번째 반이 그다음, 완전한 자유를 준 첫 번째 반이 가장 나빴습니다. 사람은 먼 이익과 지금의 귀찮음 사이에서 체계적으로 지금을 고릅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니 해법도 구조입니다.
병원으로 옮기면 분명해집니다. "필요하실 때 오세요"는 첫 번째 반입니다. 가장 실패하는 설계입니다. "다음 검진은 언제로 할까요?"라고 물어 환자분이 날짜를 직접 고르게 하면 두 번째 반이 됩니다. 스스로 정한 약속은 지킬 확률이 높아집니다. 긴 치료 계획이라면 처음에 전체 일정을 함께 잡아 두는 것이 세 번째 반입니다. 그리고 환자분이 고른 날짜를 문자로 다시 보낼 때 병원의 통보가 아니라 "지난번에 정하신 날짜"로 상기시키십시오.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이 마감을 지켜 줍니다. 리콜에 앞서 허락을 받는 방법은 검진 문자가 무시당하는 이유는 허락을 안 받아서다라는 글에 있습니다.
닫히는 문의 비용 — 다른 데도 알아보고요
저자의 문 실험은 이렇습니다. 화면에 문이 세 개 있고, 문을 누를 때마다 다른 보상이 나옵니다. 그런데 한동안 누르지 않은 문은 점점 작아지다 사라집니다. 참가자들은 사라지려는 문을 살리려고 클릭을 낭비했습니다. 그 문의 보상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은 선택지가 닫히는 것 자체를 손실로 느낍니다. 그래서 모든 문을 열어 두느라 어떤 문으로도 깊이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 책의 첫 실험도 같은 장면과 닿아 있습니다. 한 잡지의 구독 안내에 온라인판, 인쇄판, 인쇄와 온라인 묶음이 있었는데 인쇄판과 묶음의 가격이 같았습니다. 인쇄판을 고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인쇄판이 있는 것만으로 묶음을 고르는 사람이 크게 늘었습니다. 사람은 절대적인 가치를 계산하지 못하고 옆에 놓인 것과 비교할 뿐입니다. 상담에서 선택지가 하나뿐이면 환자분의 비교 대상은 하지 않는 것이 됩니다. 다만 경계선은 분명해야 합니다. 팔리지 않을 선택지를 일부러 끼워 넣는 것은 조작입니다. 환자분 상황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선택지들을 비교할 수 있게 놓는 것만이 결정을 돕는 일이고, 그 구성의 이유를 환자분께 그대로 말할 수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환자분의 "다른 데도 좀 알아보고요"에는 이 마음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가 부족해서라기보다 결정이 다른 문들을 닫아 버리는 것이 아까운 것입니다. 대응은 문을 억지로 닫는 것이 아닙니다. 서두르게 만드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미루는 것에도 비용이 있다는 사실을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알아보시는 것 좋습니다. 다만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서, 그동안 어떤 점을 지켜보시면 좋을지 적어 드릴게요." 비교할 옵션이 너무 많을 때는 환자분 상황에 실제로 의미 있는 두세 가지로 줄여 드리는 것도 배려입니다. 그리고 원장도 같은 병을 앓습니다. 새 장비, 새 진료, 새 채널. 모든 문을 열어 두려는 경영은 어떤 문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분기마다 하지 않을 것 목록을 적으십시오. 이 이야기는 다 중요하다는 말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라는 글과 이어집니다.
이번 주 실행 — 화낼 일을 설계할 일로
이해 안 되는 행동을 적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 환자와 직원의 이해 안 되는 행동 10개를 적고, 네 가지(두 규범, 마감, 닫히는 문, 조금씩의 흐트러짐)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짝지어 본다
- 안내 멘트와 문자에서 "필요하실 때 오세요"를 지우고 "다음은 언제로 할까요?"로 바꾼다
- 환자 안내문과 내부 공지에서 실적·건수·패키지 같은 시장의 말이 돌봄의 자리를 차지한 문장을 찾아 고친다
- 재고·소모품·근태 기록을 확인 서명이 문서 맨 앞에 오는 양식으로 바꾼다
- 원장의 이번 분기 하지 않을 것 목록 세 줄을 적어 실장과 공유한다
조금씩 흐트러진다 — 감시가 아니라 정직을 돕는 구조
저자의 부정행위 실험들은 의외의 결과를 보여 줍니다. 사람들은 기회가 있어도 크게 속이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정직한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는 선까지만, 조금씩 속입니다. 그리고 현금에서 한 단계 멀어질수록 흐트러짐은 커집니다. 현금 대신 토큰이 되면, 숫자가 서류 위에 있으면 마음의 문턱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시험 전에 도덕적인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으로 부정행위가 크게 줄었습니다.
병원 운영에 바로 닿는 이야기입니다. 근태, 재고, 소모품에서 생기는 작은 흐트러짐은 나쁜 직원의 문제라기보다 합리화하기 쉬운 구조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응은 감시 강화가 아닙니다. 기록을 투명하게 하고, 확인 서명을 문서의 끝이 아니라 맨 앞에 두고, 병원이 지키는 가치를 형식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떠올리는 장치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직의 기준선은 원장이 정합니다. 직원은 규정이 아니라 원장의 회색지대를 보고 배웁니다. 비용 안내에서, 청구에서, 작은 예외에서 원장이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넘어가는 순간 그 선이 병원 전체의 선이 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행동에는 대개 패턴이 있습니다. 돈이 끼는 순간 관계는 바뀌니 병원의 말을 돌봄의 언어로 지키고, 자유 대신 환자분이 직접 고른 날짜를 남기고, 닫히는 문이 아까워 미루는 마음에는 미루는 것의 비용을 보여 드리고, 조금씩 흐트러지는 정직은 감시가 아니라 구조로 지키십시오. 이 책의 실험 중 일부는 재현을 두고 논쟁이 있으니, 믿고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우리 병원에서 하나씩 작게 시험해 보십시오. 화를 내는 대신 설계를 시작하는 순간, 같은 행동이 다르게 보입니다.